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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뒤늦게 만난 나의 길 #2


*2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혼자 사는 나의 옆집에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사는 그녀가 이사해 왔다. 이것을 운명이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준비된 자가 아니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낸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내가 약물을 이용한 스토리 있는 작품을 보지 않고, 처음에 이쁜 여자가 나와서 인터뷰 좀 하다가 적당히 남자들이랑 붕가붕가 하는 것만 봤다면 이 상황이 신이 주신 기회인지도 알아차리자 못 했겠지.

 

처음 그녀가 찾아오고 난 뒤 나는 바로 약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다녔다. 물론 약을 넣을 시츄레이션을 위한 여자와의 친밀도도 올릴 생각이었다. 신께서 나에게 이런 이벤트를 주시다니. 천애고아로 만들지 않나, 이런 인적 드문 동네에서 살게 만들지 않나, 수능이란 걸 보게 하지 않나…… 그동안 인생 더럽게 안 풀린다 싶었는데 다 오늘을 위한 밑밥이었을 테지.

 

여차저차해서 약을 구할 방법을 알아낸 나는 얼마 되지 않아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약을 얻게 되었다. 한 병 가득 들어있는 약들은 20알이었으며 내 몇 달치 식비가 들어갔다. 이것이 왜 이렇게 비싸냐? 내 식비가 싼 탓도 있지만 이 약은 어둠의 루트로 구한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다양한 효능을 보장하기 때문이지.

그 수 또한 20가지나 된다고 써있다고.

그 제 1의 효능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것 한 알이면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30분 안에 2~3시간은 자게 된다고 하더군. 딱 적당한 시간이지.

 

제 2의 효능

모든 것을 느끼면서도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후후후… 내가 왜 이걸 비싼 돈 주고 샀는지 알겠지?

 

제 3의 효능

다음날이면 변비가 싹 내려간다.

………응? 이건 잉여능력이긴 하지만 말이야. 뭐, 여자와 친해진 뒤 변비의 특효가 있는 약이라며 줄 수도 있겠지. 후후후.

 

…… 잠깐. 괜찮은데 이거? 좋은 계획을 생각해 내었군. 나는 썩소와 함께 병에서 약을 하나 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곧바로 여자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옆집에 가서 과감하게 노크를 한 것이지.

 

(똑똑똑)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누구세요?”

 

“아, 저 옆집 사람입니다. 몇 일전에 떡을 받았던….”


“아, 안녕하세요?”

 

그녀는 여전히… 이뻐~

 

“네, 다른 게 아니라 저도 떡을 받은 답례를 하고 싶어서요.”


“아~ 굳이 안 하셔도 되는데.”

 

“아, 아닙니다! 꼭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 맘이 편해서요.”

 

“그럼 들어오세요. 추운데 밖에서 이야기하지 마시구요.”


“예? 아, 예. 감사합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집에 들어가다니 완전히 횡재였다.

 그녀의 얼굴만 자세히 보고 있었던 나는 그녀가 무언가 이루었다는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뭐든 간에 나는 내 목적만 이루면 되기 때문이지.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거실의 탁자에 앉아서 물 한 컵을 대접받게 되었지.

 

“아, 그런데 우리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네요. 그 쪽 이름이 뭐예요?”


어색해진 공기를 바꿔보려는지 그녀가 먼저 나에게 질문해왔다.

 

“저는 이 모씨 라고 합니다.”

 

“네? 이모씨요? 성이 이 이고 이름이 모 인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특이한 이름이네요. 꼭 뉴스에 나오는 이 모씨… 뭐 그런 것 같은… 암튼 반가워요. 저는 이슬 이라고 해요. 저도 그 쪽도 이름이 외자네요. 헤헤”

 

“성도 같네요. 하하”

 

잠시 어색한 공기가 다시 흐르자.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그녀였다.

 

“아 참. 그 보답이란 거 어떤 거예요?”

 

“아, 그, 그렇죠. 보답! 이겁니다. 그, 모든 변비도 단 하루면 싹 내려가게 해주는 신비의 약이죠.”

 

“………….”

 

얼음장이 되어버린 공기.

 

“괴, 굉장하죠?”

 

“…네, 뭐.”

 

“드, 드릴게요.”

 

“…네, 뭐. 감사합니다….”

 

초면에 변비이야기라니. 그지? 내가 좀 잘못하긴 했지? 사람 불러야 돼… 안 돼 그거.


“풋, 뭐, 믿어볼게요. 마침 변.비를 앓고 있던 중이어서 말이죠.”

 
쿠, 쿨하다. 


“아, 네. 하하하…”

 

그러더니 여자는 바로 그 약을 먹어버렸지. 후하하하 바로 내 앞에서 말이다. 이제 너는 요로코롬 요리되고 조로코롬 요리되어서…… 나는 여자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방금 전 까지 계속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대화와 달리 내가 먼저 화제를 제시하기도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지. 아마 계획이 성공한 것 같은 느낌에 들떳나 보지. 그렇게 나는 1시간 쯤 이야기 하다가……응?

 

잠들지 않아??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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